
[노징(Nosing)] 잔에 따르자마자 부드럽게 훈연된 스모크 피트가 마치 보자기처럼 다른 향미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넓게 퍼져나간다. 그 피트감 사이로는 버터리한 빵의 질감과 초코칩 쿠키의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가 수줍게 숨어 있으며, 바닐라빈에서 갓 벗겨낸 듯한 생바닐라의 느끼하고 녹진한 뉘앙스가 층을 이룬다. 시간이 흐르며 피트와 스모키가 분해되면 치과에서 느낄 법한 미세한 크레졸 향이 고개를 들지만 그 강도가 과하지는 않다. 향의 기저에는 조생귤의 새큼함과 바이올렛 계열의 플로럴 힌트가 깔려 있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달큰함에 세련된 밸런스를 부여한다. 코를 깊게 박고 강하게 들이켜도 스파이스의 자극은 옅은 편이며, 피클 국물을 연상시키는 산미가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질인다. [팔렛(Palate)] 입안에 닿는 첫인상은 계란과자처럼 달콤하고 느끼한 풍미가 주도하지만, 이내 쌉싸래한 뉘앙스가 입안 전체를 묵직하게 지배한다. 벨벳처럼 매끄러운 질감 덕분에 56.95%의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술을 굴리는 감각이 매우 편안하다. 입안에서 굴릴수록 피트의 해상도가 선명해지는데, 흑연과 재, 목초액, 정로환, 그리고 크레졸이 복합적으로 섞인 정교한 피트감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액체가 침과 섞이면서 노징에서 느꼈던 조생귤의 산미가 되살아나고, 이는 스모크 뉘앙스와 어우러져 마치 불에 구운 귤을 먹는 듯한 독특한 감상을 선사한다. 비강으로는 단순한 단내와 피트 스모크 끝에 걸리는 플로럴한 힌트가 재미를 더하며, 지속적인 달콤함이 피트의 거친 면을 유연하게 다독이며 균형을 잡는다. [피니쉬(Finish)] 목 넘김 후 입을 열면 목초액의 스모키함과 구아이아콜 특유의 느끼한 감칠맛이 폭발하며, 마치 캠프파이어를 마친 뒤 옷에 밴 탄 내음처럼 짙은 여운을 남긴다. 혀에는 플레인 탄산수 같은 자극과 쨍한 쌉싸래함이 먼저 내려앉지만, 그 사이로 바닐라 쉐이크에 적신 빵처럼 달큰한 뉘앙스가 혀를 촉촉하게 절이는 과정이 꽤 인상적이다. 입안의 빈 공간과 숨결 사이로 피어오르는 피트감은 크레졸 계열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강력한 피트 위스키임을 가감 없이 증명한다. [총평] 비단보자기같은 피트감 사이에 들어있는 과자와 과일들 명절 선물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