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스팅 노트 : [노징(Nosing)] 잔에 따르자마자 열대과일 바구니가 연상될 만큼 쨍한 산미와 눅진한 느끼함이 동시에 피어오른다. 패션프루츠 같은 산도 높은 과일로 시작해, 이내 과즙이 풍부하고 들큰한 리치의 향미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적포도 사탕이나 진득한 포도 시럽을 연상시키는 새큼한 뉘앙스다. 이처럼 과실 향미가 지배적인 가운데, 코를 박고 깊고 오래 향을 들이마시면 그제야 피클 국물 같은 시큰함이 기저에 깔려 있음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잔에 다가가면 포도 껍질을 빨아먹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향미가 스치고, 과실 향에 코가 적응될 즈음에는 로투스 같은 커피 과자의 고소함이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잔에서 위스키가 충분히 풀리면 마치 80년대 가당 꼬냑에서 날 법한 들큰하고 화려한 향미가 만개한다. [팔렛(Palate)] 입안에 들어서는 첫인상은 직관적인 달콤함이다. 노징에서 감지했던 과실의 뉘앙스가 그대로 엮여 올라오며 기분 좋게 미각을 깨운다. 이내 타닌을 연상시키는 쌉싸래함이 달큰함과 교차하며 독특한 구조감을 형성하고, 입안이 따뜻해지면서 과실의 단맛은 마치 한약방에서 진하게 달여낸 포도즙처럼 묵직하고 들큰하게 표정을 바꾼다. 입안에서 술을 굴리는 내내 포도의 향미가 스멀스멀 피어나오고, 눅진한 감칠맛 위로 커피와 호밀의 구수함이 덧입혀진다. 머금을수록 슈거 파우더나 베이킹용 설탕, 블랙커런트의 풍미가 터져 나오며 내재되어 있던 강력한 당분감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52.9%의 도수에도 불구하고 액체의 바디감 자체는 가벼운 편이나, 혀를 감싸는 과즙 같은 진한 당분감이 오묘하게 묵직한 무게감을 더해준다. [피니쉬(Finish)] 목 넘김 직후에는 깔끔하고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한 템포 늦게 매캐한 포도 계열의 노트와 건조한 스모크, 그리고 커피 시럽 같은 풍미가 묵직하게 밀려온다. 혀끝에 기분 좋은 새콤함이 살짝 머물지만, 뒤이어 다가오는 노골적인 당분감이 이를 압도하며 산미는 그저 혀를 가볍게 저미는 정도로 정돈된다. 마지막까지 입안에 남는 쌉싸래한 뉘앙스는 마치 질 좋은 레드 와인을 마신 뒤의 타닌감과 매우 흡사하다. 입천장과 입안 곳곳에 달라붙은 달큰한 여운은 고숙성 아르마냑을 마셨을 때의 잔존감처럼 깊고 우아하며, 단순하고 명료한 과실의 달콤함과 커피, 약간의 발사믹 뉘앙스가 긴 꼬리를 끌며 훌륭하게 마무리된다. [총평] 마치 링크우드 원액과 아르마냑을 블랜딩 한것 같은 달큰한 과실 노트의 팡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