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징(Nosing)] 잔에 따르면 초콜릿의 힌트와 함께 설탕 시럽을 듬뿍 넣은 아메리카노나 원두커피 사탕을 연상시키는 진한 단향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향이 풀릴수록 이 커피 사탕의 뉘앙스는 더욱 강화되며, 그 뒤로 젖은 셰리 캐스크 특유의 오키함이 겹쳐진다. 베리 계열의 풍미는 중간 정도의 강도로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블랙베리로 시작했다가 코를 가까이할수록 산미와 섞여 붉은 베리류의 화사함으로 발전한다. 재미있는 점은 시향 거리에 따라 지배적인 뉘앙스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코를 가까이 대고 호흡하면 피클 국물 같은 시큰한 산미가 선명해지며, 이와 곁들여진 파우더리한 뉘앙스는 마치 학교 칠판의 분필 가루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풍미를 선사한다. 향의 사이사이에는 오크에서 기인한 듯한 마른 스모크 힌트가 곁들여져 전체적인 향의 무게감을 든든하게 지탱한다. [팔렛(Palate)]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레드 베리 계열의 상큼하고 질 좋은 산미가 우선적으로 풀리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다. 뒤이어 오키하고 파우더리한 느낌이 점차 쌉싸름한 뉘앙스로 변하며 입안 전반을 지배한다. 60도가 넘는 라는 초고도수임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의 화끈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 보틀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 쌉싸름함은 카카오 99% 초콜릿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고 독특한 단맛과 애매하게 섞여 있으며, 그 와중에도 산도와 당분감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다. 술을 굴릴수록 숨어있던 베리 향이 피어오르는데, 이는 마치 줄기를 제거한 산미 좋은 레드 와인을 머금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고도수임에도 질감이 매우 실키하며, 파우더리한 입자감은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액체 자체의 기분 좋은 질감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피니쉬(Finish)] 목 넘김 후에는 감초 같은 한약재의 들큰함과 피클 국물의 새큰한 뉘앙스가 기분 좋은 자극으로 피어오른다. 크레파스나 유화 물감, 혹은 화장품 파우더 같은 독특한 질감이 입안 전반에 내려앉지만, 결코 뻑뻑하지 않고 위스키 특유의 개성 있는 여운으로 남는다. 입맛을 다시다 보면 커피 사탕의 들큰함을 끝으로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듯하다가도, 목 깊은 곳에서부터 초콜릿과 감초, 셰리의 진득한 풍미가 다시 한번 묵직하게 눌어붙는다. 시음을 이어갈수록 입 주변에 쌓이는 파우더리한 잔존감은 점차 끈적해지며, 마치 진득한 초콜릿 한 조각을 혀 위에서 천천히 녹여 먹는 듯한 풍성한 감상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총평] 고도수에 폭력성을 제압해버린 알라키 쉐리캐스크의 어머니 같은 포용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