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징(Nosing)] 잔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리치 주스 같은 들큰하고 물 많은 열대과일 향으로 시작된다. 이내 베르가못처럼 자글자글하고 발향력이 강한 시트러스가 선명하게 다가와 리치의 달콤함을 덮어버린다. 이 선명한 시트러스는 뒤따라오는 쌉싸래한 뉘앙스와 섞여 마치 탄산수 같은 풍미를 주는데, 코를 가까이 대면 산도 높은 샴페인의 기포가 보글보글 부서지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향에 코가 적응되면서 청사과의 싱그러움이 드러나 복합적인 산미의 존재를 알린다. 잔을 약간 아래에 두고 시향하면 시트러스 뒤에 숨어있던 녹은 소프트 바닐라 아이스크림 콘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뉘앙스가 감지되며, 시음 중간 스월링을 더하면 베이스의 시트러스를 단숨에 걷어내고 진한 당분감이 피어오르는 인상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팔렛(Palate)] 입안에 닿자마자 코코넛 워터나 열대과일 주스를 머금은 듯한 달콤하고 풍성한 과실미가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맛의 중심은 여전히 들큰함에 있지만, 혀 위에서 굴릴 때마다 노징에서 감지했던 매캐하고 쨍한 시트러스가 팡팡 터진다. 비강으로 피어오르는 향미는 더욱 선명하여, 오렌지 제스트를 인퓨징한 듯한 상쾌함과 부르펜 시럽 같은 묵직하고 들큰한 느낌을 동시에 제공한다. 입에 넉넉히 머금고 굴리면 쌉싸래함과 은근한 몰티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이 과정에서 우마미가 한층 증폭된다. 화사하게 퍼지는 시트러스 사이로 레몬그라스를 연상시키는 푸릇한 잎사귀의 허브 풍미가 매력적인 변주를 더한다. [피니쉬(Finish)] 날숨을 타고 베르가못, 오렌지, 청사과의 뉘앙스가 화려하게 터져 나오며, 넉넉히 음용했을 경우 보리 껍질 같은 구수함도 살짝 스친다. 발향력이 워낙 뛰어나 매캐하게 퍼져나가는 향미가 꽤 길게 지속된다. 전반적으로 입안에 남는 시트러스의 존재감이 압도적인데, 목 뒤에서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쌉싸래함과 강렬한 과육의 풍미 덕분에 마치 100% 베르가못 착즙 주스를 마신 듯한 선명한 인상을 받는다. 특히 입안에 잔존하는 이 기분 좋은 쌉싸래함은 노징의 '탄산수', 팔레트의 '제스트' 뉘앙스와 유기적으로 연동되며 시음 전반에 완벽한 통일성을 부여한다. 넉넉히 머금었을 때 입안 전반을 얼얼하게 만드는 자극이 쌉싸래함과 함께 지속되지만, 52.7%의 도수에도 불구하고 결코 불쾌한 알코올 번으로 타오르지 않고 깔끔하게 정돈된다. [총평] 엘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시트러스를 극대화 한 한 잔. 칵테일 해도 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