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ngmorn_트레일&테일 #6 순천갈대밭 2013VIN Cask.No.2700 (Alc Vol. 64.5%) [노징(Nosing)] 잔에 따르자마자 체리블라썸의 화사함과 레몬수의 상쾌함이 어우러져 직관적인 첫인상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내 화사한 기운은 잦아들고, 높은 도수에서 오는 스파이스가 코끝을 저릿하게 자극하므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즐기는 것이 좋다. 스월링을 거치면 어릴 적 문방구에서 접했던 인공적인 초콜릿과 바닐라의 향수가 진하게 피어오르며, 니스 칠 된 마른 원목의 향취와 함께 마가린, 옥수수유 같은 식물성 유지의 기름지고 달콤한 풍미가 묵직하게 공간을 채운다. 흥미로운 점은 잔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무거운 향이 날아가고 초반의 화사하고 새큼한 뉘앙스가 회귀한다는 것인데, 이때 감지되는 스파이스와 산미의 조화는 마치 파프리카 과육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팔렛(Palate)]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콘시럽을 연상시키는 눅진한 단맛과 오일리한 질감이 혀를 감싼다. 곧이어 강렬한 열감이 타오르지만, 그 뜨거움 속에서도 끈적한 당분감은 끝까지 존재감을 잃지 않고 중심을 지킨다. 입안을 채우는 발향력은 상당히 뛰어난 편으로, 타트 체리 특유의 상큼달콤함이 진득한 질감과 어우러져 마치 녹인 사탕 같은 인상을 남긴다. 초반의 열기가 가라앉고 술을 굴릴수록 맛의 퍼포먼스는 더욱 다채롭게 피어나며, 이때 노징에서 느꼈던 레몬수와 결을 같이하는 강렬한 산미가 전체적인 풍미에 통일감을 부여한다. 다만 코로 숨을 내뱉을 때 느껴지는 몰트의 감칠맛은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묵직하게 다가오며, 한 번에 많은 양을 머금으면 화사했던 향들이 뭉쳐 리무버 같은 아세톤 취로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금씩 나누어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이 위스키의 매력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이다. [피니쉬(Finish)] 목넘김 직후 팔랫트에서 강하게 느껴졌던 타트체리·레몬수·콘시럽·마가린의 달큼·새큼한 향미가 감칠맛의 느끼함과 함께 목 뒤로 밀려 올라온다. 혀에 공기가 닿으면 마라에서 느껴지는 듯한 얼얼함이 일고, 이 감각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시큰함과 쌉싸름함으로 전환되어 침을 넘길 때마다 길게 이어진다. 숨결에서는 중국 백주를 마신 뒤 올라오는 특유의 화한 잔향이 어렴풋하게 감지되지만, 이 경우에는 봄꽃의 은은한 화사함과 레몬수 계열의 산미가 중심을 잡아 보다 가볍고 산뜻한 편이다. 계속 마시면 혀에 짭조름함이 남아 침을 뽑아가듯한 감각이 지속되며, 시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잦은 드로우 후 입안에 남는 시가잎의 짭짤한 잔향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고, 경험이 없다면 건어물 오징어를 오래 씹었을 때의 텁텁하면서도 짭조름한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총평] 64.5도의 알코올 도수는 캐스크의 모든것을 녹여내기에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