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징(Nosing)]
잔에 코를 대면 들큰한 플로럴 뉘앙스가 가장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엘더플라워의 향미가 단순한 꽃잎을 넘어 잎사귀에서 느껴질 법한 싱그러운 허브 노트와 훌륭하게 버무려져 있다. 이어지는 시큰한 뉘앙스는 갓 짜낸 오렌지 과즙과 같은데, 단순히 공기 중으로 퍼지는 향을 넘어 착즙할 때 코와 혀로 전해지는 쨍한 감각까지 생생하게 재현한다. 그 새큼함 아래로는 사양꿀의 매캐한 뉘앙스가 힌트처럼 깔려 있고, 시큰함 뒤에는 시럽 같은 달큰함이 낮고 무겁게 자리를 잡는다. 향 사이사이에는 순후추 가루의 순수한 매캐함과 시나몬의 스파이스가 섞여 있는데, 이 스파이시한 뉘앙스는 위스키를 마시며 잔의 용액이 줄어들수록 점차 그 세력을 키우는 경향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들큰함과 스파이스 사이를 오렌지 과즙의 뉘앙스가 단단하게 관통하며 향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잔에서 향이 충분히 풀리면 시럽과 오렌지가 절묘하게 섞여 마치 부르펜 시럽을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향미로 발전한다.
[팔렛(Palate)]
노징에서의 복합적인 느낌과 달리, 입안에서는 꽤나 직관적이고 심플하게 안착한다. 시럽 같은 깊은 단맛이 단순히 마신다기보다는 혀 전반에 부드럽게 '발린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짙게 코팅된다. 입에서 술을 굴릴 때마다 오렌지 향미가 그야말로 펑펑 터져 나오는데, 빈 공간에서 느껴지는 향부터 혀에 닿는 과즙미, 나아가 과육과 껍질에 이르기까지 오렌지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비강으로는 엘더플라워 뉘앙스와 함께 사양꿀의 매캐함, 시나몬과 정향의 풍미가 노징 때보다 한층 더 거대하게 피어오른다. 향의 유지력과 해상도가 굉장히 뛰어나, 입에 오래 머금을수록 익숙해져 옅어지기보다는 그 선명함을 끝까지 유지한다. 56.9%의 도수에 비해 입안의 타격감이 적고 액체의 질감이 가벼워 오래 머금기 편안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몰트 특유의 쌉싸래한 뉘앙스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한 모금을 크게 머금으면 나무껍질 같은 쌉싸래한 우디함과 진한 새큼함이 입안에서 서로 다투듯 맹렬하게 피어오르다 이내 차분히 가라앉는다.
[피니쉬(Finish)]
목 넘김 후의 피니시에서는 엘더플라워 뉘앙스와 그동안 숨어있던 피자두의 과실감이 한데 섞여 크게 부풀어 오르며, 마치 화사한 풍선껌 같은 복합적인 뉘앙스를 폭발시킨다. 단맛이 워낙 강해 입안이 달콤함에 흠뻑 절여진 듯한 인상을 주는데, 혀를 굴리다 보면 초반 엘더플라워와 함께 등장했던 허브의 힌트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 전반적으로 시트러스의 시큰함이 끝까지 혀를 맴돌지만, 찌르는 듯한 레몬 계열이 아닌 만다린이나 오렌지처럼 당분감이 충분히 녹아있는 부드러운 산미로 남는다. 모든 음용을 마치고 입안에 고인 침을 모아 삼키면, 내추럴 와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산화 뉘앙스가 맴돈다. 잘 익은 백김치의 산미나 효모 특유의 쿰쿰한 풍미로 다가오며 몹시 독창적인 여운으로 시음을 마무리한다.
[총평]
오렌지가 만개한 지중해에서 마시는 네츄럴와인의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