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징(Nosing)]
잔을 들면 구아이아콜계열의 느끼한 정로환 뉘앙스를 중심으로, 쌉싸래한 스모키함이 곁들여진 피트 스모크가 가장 먼저 힘 있게 튀어 오른다. 그 뒤를 따라오는 달큰한 꿀의 뉘앙스는 튀지 않고 부드럽게 피트 향미와 섞여 든다. 시트러스는 피트감이 한차례 지나간 후에야 서서히 밀려오는데, 발효되지 않은 선명하고 시큼한 산미와 달콤한 과육 향미가 어우러져 마치 잘 익은 천혜향을 연상시킨다. 코가 피트 향에 완전히 적응하고 나면 진한 당분감이 정체를 드러내며, 갓 구워낸 머랭처럼 크리미하면서도 설탕 결정이 씹히는 듯한 텍스처 있는 달콤함을 선사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트와 결합한 이 단 향은 더욱 복합적으로 변모하여 서던우드 허브가 섞인 콜라 풍미를 자아내며 깊은 인상을 남기고, 산미는 점차 꼬릿함을 더하며 과실 향에서 짭조름한 바다의 느낌으로 흥미롭게 발전한다.
[팔렛(Palate)]
혀에 닿는 순간 찌릿하게 퍼지는 직관적인 당분감이 노징의 뉘앙스와 완벽한 통일성을 이룬다. 하지만 이 달콤함도 잠시, 직후 쌉싸래하게 급변하는 피트 스모크가 입안을 장악하며 이 위스키가 레칙임을 여실히 증명한다. 요오드나 크레졸의 메디컬한 느낌은 매우 억제되어 있으며, 철저히 구아이아콜 메인의 묵직하고 구수한 피트가 주도권을 쥔다. 이 거친 쌉싸래함은 점차 꿀 같은 당분감에 스며들어 결국 진득한 단맛이 메인으로 자리 잡는다. 비강으로는 꿀을 탄 계피를 연상시키는 쌍화탕 뉘앙스가 풍성하게 퍼지며 진득한 풍미의 중심을 굳건히 한다. 54.4%의 도수에도 불구하고 마우스필은 벨벳처럼 부드러워 뛰어난 음용성을 자랑하며, 입안을 굴릴 때마다 마른 연기와 탄화된 나뭇가지의 건조한 뉘앙스가 기분 좋게 질감을 더한다.
[피니쉬(Finish)]
목 넘김 후에는 푹 달인 배의 진득한 달큰함, 아카시아 흰 꽃의 매캐한 플로럴, 감초의 단맛, 그리고 구아이아콜의 눅진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비강에서 느꼈던 계피와 꿀, 너티한 뉘앙스가 혀 아래에 고스란히 내려앉아 오랫동안 머무는데, 이는 마치 '쌍화탕에서 쓴맛만 완벽하게 제거한 듯한' 고급스러운 여운을 준다. 전반적으로 액체가 입안 점막에 끈적하게 눌어붙어 여운을 굉장히 길게 끌고 가는 구조감을 지녔으며, 팔레트 못지않게 피니시에서의 존재감이 진득하고 강력하다. 선명한 피트감 위로 다채롭고 강렬한 당분감이 겹겹이 펼쳐지며, 흥미롭게도 팔레트에서는 꼭꼭 숨어있던 약간의 크레졸과 유게놀 뉘앙스가 마지막 숨결에 이르러서야 은근한 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총평]
선명한 피트감과 비견될만한 복합적인 당분감은 피트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강한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