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징(Nosing)]
잔에 코를 대면 잘 익은 모과 향을 단단한 베이스로 삼아, 눅진한 핵과류의 과일 풍미가 가장 먼저 후각을 사로잡는다. 그 위로 백합을 연상시키는 매캐하고 화사한 화이트 플로럴 뉘앙스가 곁들여져 향의 복합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여기에 코코넛과 바닐라의 다소 느끼하고 부드러운 뉘앙스가 모과 향과 자연스럽게 얽히며, 잘 숙성된 버번 캐스크 특유의 묵직한 볼륨감을 훌륭하게 표현해 낸다. 이 무거운 향의 장막을 걷어내고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청사과와 레몬 제스트의 쌉싸래한 껍질을 닮은 시트러스 기반의 상큼함이 반전처럼 숨어있다. 이 상큼함이 한 차례 스치고 지나가면 향은 다시 진득한 달큼함으로 회귀하여 설탕에 푹 절인 사과의 뉘앙스로 다가오며, 종국에는 슈가 파우더를 흩뿌린 듯한 달콤함이 시향의 끝까지 남아 묵직한 무게감을 든든하게 이어간다.
[팔렛(Palate)]
입에 닿는 순간 노징과의 훌륭한 통일성을 보여주듯, 모과의 매캐한 뉘앙스와 묵직한 무게감이 즉각적으로 혀를 짓누르며 진하게 들큰한 과실 향을 쏟아낸다. 이내 쌉싸래한 우디 뉘앙스가 피어오르며 진한 당분감과 공존하는데, 이 둘의 결합이 마치 농축된 과일 시럽 약을 머금은 듯한 오묘하고 매력적인 감상을 준다. 59.4%의 도수가 혀를 찌릿찌릿하게 자극하는 와중에 새큼한 산미가 함께 터져 나와 마치 쨍한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듯한 생동감을 선사한다. 비강으로는 백합의 플로럴, 진득한 꿀, 모과, 그리고 후끈한 스파이스가 한데 엉켜 역류하며 대단히 강렬한 향미를 후각에 길게 아로새긴다. 전반적으로 바디감이 대단히 묵직하며, 용액 안에 다양한 향미 성분과 추출물이 꽉 들어차 있는 듯한 훌륭한 밀도감을 자랑한다.
[피니쉬(Finish)]
목 넘김 후에도 진득하고 들큰한 향미는 피니시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설탕에 절인 사과, 약간의 바닐라와 코코넛 풍미가 우아하게 날숨을 채운다. 입안에는 자글자글하게 터지는 미탄산감과 함께 사과 껍질을 씹은 듯한 쌉싸래한 여운이 맴돌며 기분 좋은 공간감을 형성한다. 입맛을 다실 때마다 베이킹 슈가의 달콤함과 은근한 짭조름함이 공존하며 훌륭한 '단짠단짠'의 밸런스를 보여준다. 특히 혀뿌리 쪽에 설탕 알갱이를 직접 올려놓은 것처럼 직관적이고 들큰한 감각이 대단히 오래 남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 호흡까지 핵과류의 짙은 뉘앙스가 길게 이어지며, 이 한 잔이 품고 있는 피니시의 궤적이 얼마나 웅장하고 긴지 명확하게 인지시켜 준다.
[총평]
묵직한 스타일의 버번캐스크, 역시 스트라스아일라의 정석적인 진득한 버번캐스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