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징(Nosing)]
잔에 따르자마자 새큰하고 화사한 플로럴 노트가 공간으로 경쾌하게 피어오른다. 잔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당분감이 퍼져 올라오는데, 그 결이 과실이나 꿀보다는 '암바사'나 '캔디바'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밀크 소다의 뉘앙스로 다가와 몹시 흥미롭다. 향이 점차 풀리면서 초반의 플로럴 노트가 소다 뉘앙스와 분해되기 시작하고, 이내 머스키한 느낌이 강조되며 짙은 화장품을 떠올리게 하는 매혹적인 향취로 발전한다. 향의 뒤편으로는 나무젓가락이나 연필심을 깎았을 때 느껴지는 건조한 목질감의 힌트가 은근히 숨어 있다. 향을 코끝까지 강하게 들이마시면 부차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새큰한 알코올의 자극이 이 원주가 60도가 넘는 고도수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팔렛(Palate)]
혀에 닿는 첫인상은 노징에서부터 이어져 온 '암바사 소다'의 달큰한 뉘앙스가 지배적이며 꽤 인상적이다. 특히 입안에 적게 머금을수록 이 소다 같은 달콤함의 해상도가 더욱 선명하게 체감된다. 액체를 입안에서 굴리기 시작하면 초반의 노골적인 알코올 자극이 점차 암바사 느낌과 섞여 들어가며 질감이 끈적하고 진득해진다. 풍미에 미각이 완전히 적응하고 나면 입안에 묵직한 끈적임이 남지만, 물리적인 바디감 자체는 끈적이는 텍스처에 비해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역설적인 감상'을 안겨준다. 비강으로는 심플 시럽의 깔끔한 단맛과 함께 한국의 쌀음료인 '감주(식혜)'를 연상시키는 고소하고 들큰한 당분감이 퍼져 올라와 미각을 즐겁게 한다.
[피니쉬(Finish)]
목 넘김 이후 비강으로는 노징에서 느꼈던 화사한 플로럴 노트와 머스키한 화장품의 잔향이 다시 한번 화려하게 뿜어져 나온다. 혀 아래에는 고도수가 주는 쨍한 자극이 깔리는 동시에, 점막 전체가 짙은 당분에 절여져 있는 듯한 들큰함이 공존한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몰트 위스키에 비해 입안에 남는 잔여감이 훨씬 적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특유의 청량감이다. 입안에 털어 넣어 빠르게 목 뒤로 넘겼을 때, 화사한 에스테르와 함께 폭발적으로 피어오르는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바닐라 향미가 꽤 선명하게 다가오며 여운의 대미를 장식한다.
[총평]
몰트위스키의 시트러스/과실감의 단조로움을 깨줄 그래인의 독특한 풍미, 부차적인 향을 살려줄때 넣어 줄 수 있는 에센스